2019. 8. 30
" 하느님(우주자연) 닮은 사람은 남보다 잘나거나 우월하려고 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착하게 산다. 또한 착한 모습을 드러내기를 싫어한다." - 노자 8장
노자는 우리가 악에서 벗어나야겠지만 선하되 선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평가라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누군가에게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겠지요.
또 스스로 선하다는 자기인식은 어느 순간 자신이 불가피하게 악을 저지를 경우 극심한 자기혐오를 낳을 수도 있다고 보입니다. 이후 심한 경우 악을 선으로 뒤집어 정당화하는 지경까지 가기도 하지요.
자연스러운 태도는 '나는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다만 악에서는 벗어나고 싶다. 하느님만이 오직 선하시다'라고 보입니다.
가끔식 예수와 노자가 만난다면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실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수가 악하고 어리석은 자들에게 악하고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은 현명한 행동일까.
자신이 악에서 떠나는 것은 옳지만 자신이 선하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 현명할까.
노자는 불가피하거나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선한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고 이야기하고, 예수는 악한 세상을 향해 상대의 악을 준열하게 꾸짖고 선한 이를 칭찬하셨지요. 두분이 만나 차를 마시다면 어떤 대화가 오갈까요.
예수도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셨고, 남들에게 드러난 선은 이미 상을 다 받은 것으로 더 받을 것이 없다고 하셨지요. 또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선을 경계하셨지요. 따라서 노자와 같은 말씀을 하셨다고 보입니다.
다만 말과 달리 그 행위에서는 악에 분노하고 악하고 어리석은 자들을 비판하고 꾸짖고, 선한 이를 칭찬하셨지요.(자기도 어쩔 수 없는 불같은 청년기질로 많은 반대자들을 불러올 수 있음)
기독교인을 포함해 어떤 사람이든 세상의 한복판에 뛰어들거나 정의감이 너무 높거나 선과 악, 현생과 사후, 하늘의 심판 등에 대한 자기인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말과 글, 행위 등이 자기도 모르게 예수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예수가 누군가의 병을 치료해서 많이 알려지고 소문이 나게 된 것도 노자와는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물론 성경에는 예수가 사람들에게 내가 치료해서 나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는 대목도 많이 나오지요)
예수가 말과 행위로 많은 사람들 속에 흔적을 남기셨는데 그 공간이 도시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노자는 말과 글, 행위에서 되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했지요.(하늘에서 조용히 빗물을 내려 만물을 돕는 노인기질)
선을 행하고 악에서 벗어나되 자신을 선하다고 보지 않고 되도록 흔적없이 살다가는 것이 예수와 노자의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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