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0m962J6leQs
정훈희의 [안개]는 1971년판을 오래 즐겨들어왔다. 늦가을과 겨울엔 백화수복을, 그리고 다른 계절에는 막걸리와 함께 말이다.
1971년판은 뭔가 진뜩한 추억의 맛이 느껴지는 듯싶다.
이번에 유튜브에 처음으로 1967년판이 올라왔는데 이 버젼은 좀더 잔잔하고 맑은 느낌이다. 특히 반주음악이 매우 약하게 처리되어 듣기에 더 편안하고, 1960년대의 시대 느낌이 더욱 물씬하다.
영화 [안개](1967)에 삽입된 곡 그대로인 것 같다. 영화에서는 윤정희 배우가 립싱크를 했고, 정훈희의 이 곡이 흘러나왔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주로 미래세계에 머물겠지만 가끔씩 과거로 갈 수 있다면 1960년대로 여행을 하고 싶다.
문명의 발달수준이 이 정도면 딱 좋은 듯싶다. 여기에 지성과 감성이 가득해 모두 고르게 잘 사는 세상이었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기계화와 환경오염이 덜 되어서 인간적이며 낭만적인 시대로 이 때를 회상하는 사람들이 많을테지만 사실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가난과 독재와 권위적인 가부장제와 가혹한 노동환경으로 괴로왔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를 보면 1960년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1970년대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느껴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1975)를 보면 당시 국가와 법과 치안이 사회적 약자들을 얼마나 방치했고 이로 인해 인권유린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그 참혹함을 느껴볼 수 있다.
이제는 편리한 아파트와 TV,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수많은 음식점, 카페, 마트, 24시간 편의점, 놀이시설, 노래방, 공공도서관, 병원, 산책로와 등산로, 자전거도로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늘 스마트폰이 울리는 환경이 되었으며 또는 그것을 쳐다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진정으로 혼자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또한 저녁 6~7시만 되어도 저녁먹고 그 다음에는 바로 잠잘 준비를 했던 1960~70년대의 한가로움도 없어졌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은 당연히 없었고, 집전화 조차 없는 집이 많았다.
따라서 일터를 벗어나면 타인의 방해없이 오롯이 가정생활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학교를 끝마치면 학생들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 와서 부모님 심부름을 하거나 자기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학생들도 학교에서의 자율학습과 학원, PC방 등으로 시간이 이어지며 한가로운 청소년들이 별로 없다. 혼자있어도 스마트폰에 자기 고독을 빼앗겨버렸다.
오늘날 학교는 사람에게서 지성과 감성을 빼앗는 곳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없애고 쓸데없는 것들로만 가득 채운다.
병원은 사람들을 병원시스템에 묶어 돈을 잃게 하고, 몸을 병들게 한다.(현재 병원의 병치료율은 30% 이하다. 다만 응급치료와 각종 세균질환에는 현대의학의 공로가 크다고 본다)
종교(교회, 사찰, 성당 등)는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을 잃게 만든다. 소수의 말하는 자와 다수의 듣는 자로 되어 소통이 위계화 되어있는 것이 제도종교의 본질이다. 종교를 상징하는 의복만 입고 있으면 누구나 쉽게 존중을 받는다.
여기에 건물이 크고 번듯하면 그 권위를 쉽게 인정받는다. 신자가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 큰 종교기관일지라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
법원, 경찰서는 가끔씩 사람들을 돕지만 힘과 돈이 있지 않다면 불리함을 겪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 곳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가볍게 지나다녀야 한다. 이 병들어있는 많은 것들로부터 말이다.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이 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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